육 개월 만의 발레 일기 by 청순한 에스키모

이글루스에 정기적으로 글 쓰기란 참 어렵다. 사실 평소에 내게 블로그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 할 말은 많은데 그걸 다 트위터니 인스타그램이니 하는 곳에 나눠서 짤막하게 쓰고 있으니, 블로그에 긴 글을 쓸 만한 조각이 모이질 않는 것이다.

요새 발레를 전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열심히'라고 해 봐야 일주일에 두세 번 수업 나가고 틈틈이 몸 푸는 것뿐이지만, 발레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전과 달라진 것 같다. 이제 뭔가 발레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졌고, 평생 할 운동으로 여기고 있다. 얼마 전에는 그래서 드디어 레오타드와 새 슈즈도 샀다! 오천 원짜리 슈즈 아닌 슈즈로 2년 넘게 버티다가 드디어 제대로 된 슈즈를 장만한 것인데, 전공자인 고모는 '편하려고 운동하는 게 아니니 이렇게 착착 감기는 슈즈는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하셨다. 또르르... 그래도 일단 전 오천 원짜리 신다가 신으니까 너무 좋은걸요.

얼마 전부터 새로이 함께 하게 된 발레 선생님은 기본기를 탄탄하게 가르쳐 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좋다. 전에 다니던 곳에서는 어려운 동작을 많이 했었는데 그게 재미있기는 해도 사실 제대로 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중심 옮기기도 제대로 못 하고 휘청거리는 내게 발랑세와 파도브레 턴을 시키고... 샤세도 제대로 못 뛰는 내게 그랑 제떼를 시키고......ㅎ...ㅎㅎ... 업도 완전히 못 서는 내게 자꾸 턴만 시키고.. 흐흑...... 초급반 맞냐며.. 그런데 여기서는 턴아웃, 업, 샤세,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가르쳐 준다. 바워크 하기 전에 근력운동과 스트레칭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 턴아웃 연습을 계속 시켜 줘서 좋다. 사실 나는 일 년 넘게 했는데도 턴아웃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서 그냥 내 골반과 뼈의 문제인가 보다, 하고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번 선생님이 발뒤꿈치와 발을 따로 쓰는 법을 알려 줬다. 난 턴아웃을 고관절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동작 하고 들어올 때마다 발뒤꿈치나 발가락을 먼저 당겨 와서 턴아웃을 유지하라는 거였다. 억지로라도 중심 서는 발을 턴아웃하려고 노력하면서 연습하면 점점 나아질 거라고. 유레카! 업할 때도 그런 식으로 턴아웃을 신경 쓰면서 하니까 엄지, 둘째 발가락으로만 설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늘 머리로는 알면서도 자꾸 몸이 휘청거리고, 새끼 발가락에까지 힘이 들어가고, 그러니 자연히 중심 무너지고 종아리 아프고 그랬는데 이제 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엄지와 검지로만 서다 보니 엄지 발가락이 조금 아프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이 글도 커피 뽑으면서 업 연습하다가 엄지 발가락이 조금 아파서 쓰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발레는 정말 과학적이고 건강에 좋은 운동 같다. 많이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말이다. 나도 직접 해 보기 전까지는 발레를 어려서부터 굶어 가며 몸을 학대해 온 발레리나들이 인형 같은 옷 입고 가학적인 토슈즈를 신고 정형화된 춤을 추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해 보니까 발레만큼 자세를 건강하게 해 주는 게 없다. 발레에서 취하게 하는 말도 안 되는 자세는 사실 컴퓨터 사용으로 굽은 몸을 쫙쫙 펴 준다. 그래서 발레 하고 나면 거의 병원 다녀 온 기분이다. 근육도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모른다. 온몸에, 특히 배와 등에 딱딱한 근육이 붙어 있지 않으면 발란스를 잡고 제대로 설 수 없다. 턴이나 점프, 파세를 할 때는 물론이고 그냥 서 있기만 할 때도 온몸의 근육이 사용된다. 특히 복근이 부족하면 정말로 서 있을 수가 없다. 무용수들이 스타킹 안 신고 있는 사진을 보면 다들 근육이 무슨 토르처럼 붙어 있다.

그래서 발레를 평생 하려고 한다! 캬하하! 아 그런데 배고프다... 글 마무리가 안 되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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